알츠하이머병을 예방 하면서, 이미 생긴 뇌 손상까지 줄여주는 백신이 나온다면 어떨까?
상상에 가깝던 이 가능성에 과학자들이 조금씩 길을 찾아가고 있다. 세계적인 학술지 《뇌, 행동 그리고 면역(Brain, Behavior, and Immunity)》(인용지수 19.5, 신경 의학 분야 JCR 상위 2%)에 국내 연구진이 8일 발표한 논문(맨 하단 참조)도 그런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.
경상국립대 김명옥 교수(생명과학부) 연구팀은 ‘작고 안전한’ 에피토프 백신(B-cell epitope vaccine) 하나로 알츠하이머 예방과 치료 효과 가능성을 동시에 겨냥했다.
알츠하이머병의 대표 원인 물질은 아밀로이드 베타(Aβ) 단백질. 원래는 뇌 속에서 잘 분해되고 정리돼야 할 단백질이지만 나이가 들거나 대사가 무너지면 뭉쳐 쌓이기 시작한다. 이 ‘뇌 속 쓰레기’가 주변 신경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고 기억력을 점점 빼앗아간다.
그래서 면역반응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, 달걀흰자 단백질(OVA)이나 조개에서 얻은 단백질(KLH)을 붙여 면역세포들이 쉽게 인식하도록 했다. 마치 작은 경고판에 주황색 조끼를 입힌 것처럼, 면역 시스템이 이 단백질을 ‘위험 신호’로 더 빠르게 감지하도록 한 것이다.